지난달에 별내 근처로 아주 짧은 거리를 이동했다. 짐도 거의 없고 원룸 수준이라 굳이 큰 비용을 들여서 청소 업체를 부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사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청소비까지 보태면 당분간 라면만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호기롭게 셀프 청소를 다짐했다. 롯데하이마트 구리점에 가서 로봇청소기를 사볼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왠지 그 돈이면 그냥 내가 땀 흘리는 게 낫겠다는 어리석은 결론에 도달했다.
시작은 좋았던 베란다와 창틀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다. 다이소에서 산 대용량 세정제와 극세사 걸레를 몇 개 챙겨서 들어갔다. 베란다 창틀에 쌓인 묵은 먼지를 닦아내는데 쾌감이 상당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하네’라며 콧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창틀의 구석진 곳, 도저히 손이 닿지 않는 틈새에 낀 검은 먼지 덩어리를 보는 순간 의욕이 꺾였다. 분명히 닦았는데도 20분 뒤에 돌아와 보면 어디선가 먼지가 다시 바람에 날려와 앉아 있었다. 이 짓을 세 번쯤 반복하다 보니 내가 청소를 하는 건지 먼지를 옮기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화장실 타일과 실리콘의 배신
화장실은 정말 할 말이 많다. 원룸 입주 청소 후기를 보면 다들 화장실을 제일 먼저 하라던데, 왜 그런지 뼈저리게 느꼈다. 타일 틈새의 물때는 락스를 뿌리고 30분 넘게 불려도 꿈쩍도 안 했다. 무릎을 꿇고 칫솔로 빡빡 문지르는데 손목이 나가는 줄 알았다. 특히 욕조 실리콘에 박힌 거뭇한 곰팡이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됐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전문 장비를 써야 지워진다는 글이 보였다. 이미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있는데, 전문 장비라니. 이럴 거면 차라리 안산이나 용인 어디 입주청소 업체라도 찾아볼 걸 그랬다.
시간과 체력의 한계치
오전 9시에 시작한 청소가 어느덧 오후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배가 고픈데 뭘 먹기에도 찝찝한 환경이라 커피만 세 잔째 마셨다. 거실 바닥을 닦는데 왜 이렇게 넓어 보이는지, 이사 오기 전에는 분명 작아 보였는데 왜 이토록 광활하게 느껴지는 걸까. 6층에서 21층으로 층수만 옮기는 거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이사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물리적인 소모가 컸다. 청소를 끝내고 나니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저녁은 결국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 청소비 아끼려다 병원비 더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미련이 남는 뒤처리
사실 지금도 현관 신발장 안쪽이나 천장 몰딩 같은 곳은 제대로 닦지 못했다. 대충 눈에 보이는 곳만 깨끗하게 하고 이삿짐을 들였으니 말 다 했다. 실버스테이 같은 고령자 맞춤 주택에는 생활 지원 서비스가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그런 곳은 애초에 청소 걱정을 덜겠구나 싶어 괜히 부러워졌다. 며칠이 지난 지금, 바닥을 짚을 때마다 미세한 모래가 발바닥에 밟히는 것 같다. 아마 이번 주말에 다시 제대로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다음에 이사할 때는 무조건 전문가를 불러야겠다는, 늦은 깨달음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