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예약 대신 장비를 빌려보기로 했던 날
사실 처음부터 업체에 맡길 생각은 없었다. 그냥 가볍게 생각했다. 이사 당일 입주청소라는 게, 이미 다들 아는 것처럼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까. 견적을 몇 군데 받아보니 30평대 기준으로 기본이 40만 원을 훌쩍 넘어가더라. 업체마다 피톤치드니 뭐니 옵션을 붙이면 50만 원은 금방이었다. 안동 지역 커뮤니티에서 유명하다는 곳들도 이미 내 이사 날짜에는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남은 곳들은 가격이 더 비싸거나, 후기가 너무 갈려서 선뜻 결정을 못 하겠더라. 그래서 영등포구에서 1인 가구 대상 서비스로 공구나 스팀청소기를 빌려준다는 소식을 듣고 힌트를 얻어, 나도 동네 근처에서 비슷한 장비를 대여해보기로 했다. 24시간 대여료가 3만 원 정도였으니, 업체 비용과 비교하면 엄청난 절약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생각보다 묵직했던 고온 스팀 장비의 무게
빌려온 기계는 생각보다 투박했다. 마치 TV에서 본 ‘극한직업’ 같은 프로에 나올 법한 그런 비주얼이었다. 이게 정말 고온 스팀이 나오긴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낡아 보였는데, 전원을 켜니 웅웅거리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주방 타일 구석진 곳에 낀 찌든 때를 제거하려고 스팀을 쐈는데,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기름때가 녹아내리는 건 확실한데, 그 녹은 기름이 다시 벽면 아래로 흐르면서 끈적한 오염물을 만들어냈다. 그걸 다시 닦아내는 데 드는 노동력이 생각보다 엄청났다. 팔이 후들거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문득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새집증후군 제거를 위해 뿌린 피톤치드의 정체
청소를 대충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새집증후군을 잡겠다며 대형 마트에서 산 피톤치드 스프레이를 온 집안에 뿌렸다. 사실 업체들은 특수 장비로 분사한다는데, 나는 손으로 펌프질을 해가며 구석구석 뿌렸다. 창문을 닫고 밀폐한 뒤에 뿌리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나중에 숨을 쉬기가 좀 힘들 정도로 향이 독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의식인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시간은 벌써 밤 9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짐들은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사 당일 입주청소는 확실히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어설프게 따라 하다가 시간만 날린 느낌이 강했다.
로봇청소기와 전문가 장비 사이의 고민
며칠 뒤에 우연히 LG 베스트샵 앞을 지나가다가 로봇청소기들이 요즘엔 100도씨 스팀까지 지원한다는 걸 보고 한참 서 있었다. 내가 빌려 쓴 장비는 손으로 직접 밀어야 하는 거였는데, 기술은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구나 싶더라. 삼성의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 광고를 봐도 그렇고, 요즘은 가전이 알아서 살균까지 해주는 시대니까. 그런데 그런 고가의 가전을 산다고 해서 입주 첫날의 그 막막함이 사라질까 싶기도 하다. 결국 사람이 직접 구석의 찌든 때를 문지르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들은 분명히 존재하니까. 침대 살균까지 하려면 또 전용 청소기가 필요할 텐데, 이제는 장비를 사 모으는 것도 짐이 될 것 같아 망설여진다.
지나고 나니 찝찝하게 남은 흔적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거실 한쪽 구석을 보니 스팀 청소로도 다 벗겨지지 않은 미세한 얼룩이 보인다. 어차피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 금방 다시 더러워질 텐데, 그때는 그렇게 예민하게 굴었나 싶다. 그래도 이사 당일에 느꼈던 그 막막함과 피로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다음에 또 이사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그냥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전문가들을 부를 것 같다. 물론 그때도 내 성격상 ‘내가 한번 해볼까’ 하는 유혹에 또 흔들리겠지만 말이다. 확실히 돈을 아끼는 것과 몸을 아끼는 것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있는 모양이다. 이 결정을 다시 내리라고 한다면, 아마 나는 어설프게 도전하기보다는 그냥 비싼 업체 예약 경쟁에 뛰어드는 쪽을 택할 것 같다.

스팀 청소기로도 잘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계속 보이는 게, 꼼꼼하게 못 한 마음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