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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장 이사로 돈을 아껴보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날

호기롭게 선택한 반포장 이사의 덫

사실 돈이 넉넉했다면 그냥 포장이사를 불렀을 거다. 그런데 요즘 물가도 그렇고, 굳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큰돈을 들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반포장 이사였다. 기사님은 큰 가전이랑 가구만 옮겨주시고, 잔짐은 내가 알아서 하는 방식. 처음에는 이게 뭐가 어렵겠나 싶었다. 1톤 트럭 한 대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고, 대전에서 용인으로 넘어가는 거리도 뭐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당일 아침이 되니 내가 너무 안일했구나 싶더라.

계단 4층의 악몽이 시작되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빌라였다. 예약할 때 당연히 말씀은 드렸지만, 막상 기사님 표정을 보니 조금 미안해지긴 하더라. 기사님은 묵묵히 땀을 닦으며 냉장고를 들어 올리셨다. 나는 내 몫인 잔짐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미리 박스에 담아두지 못한 책들이랑 옷가지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하나하나 챙기면서 내려오는데, 벌써 다리가 후들거렸다. 예전에 이사했던 지인은 5톤 차 불러서 그냥 앉아만 있었다고 했는데, 나는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걸 직감했다.

짐 정리는 도대체 끝이 나지 않고

새집에 도착해서 짐을 다 내리고 기사님이 돌아가신 뒤가 진짜였다. 거실 한가운데 쌓여있는 박스들을 보는데 한숨부터 나왔다. 그냥 포장이사 불렀으면 이 자리에 가구 배치가 다 끝났을 텐데. 퀸 사이즈 침대랑 붙박이장 때문에 애를 먹었다. 생각보다 방 구조가 좁아서 가구 배치하는 데만 3시간은 쓴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저녁 8시가 넘어가고, 배는 고픈데 밥 차려 먹을 기운은 하나도 없어서 그냥 편의점에서 대충 사 먹었다. 그 와중에 세탁기 설치가 제대로 안 됐는지 물이 조금씩 새는 걸 발견했는데, 이걸 지금 다시 불러야 하나 아니면 내가 어떻게든 해봐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6월의 찌는 듯한 더위와 후회

하필 이사 날짜가 손 없는 날이라며 잡은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날씨는 또 왜 그렇게 덥던지. 땀으로 셔츠가 다 젖어서 끈적거리는 상태로 바닥을 닦고 짐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왜 이렇게까지 고생을 사서 하나 싶었다. 이사 비용을 한 20만 원 정도 아낀 것 같은데, 사실 이 땀 흘린 고생과 다음 날 온 몸의 근육통을 생각하면 그냥 돈 더 주고 편하게 갈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또 고민할 것 같다. 사람은 참 간사한 게, 며칠 지나면 또 ‘그래도 이 정도면 성공적이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되니까.

결국은 미묘하게 남은 아쉬움

이사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베란다 구석에는 뜯지 않은 박스가 하나 놓여 있다. 안에는 뭐가 들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아마 안 봐도 뻔한 물건들이겠지. 다음번에 이사하게 된다면 그땐 정말 고민 좀 해봐야겠다. 반포장이라는 게 단순히 짐을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얼마나 닦달할 준비가 되었느냐를 묻는 과정인 것 같다. 지금도 세탁기 아래를 볼 때마다 ‘그때 기사님이랑 같이 꼼꼼히 체크할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완벽하게 끝났다는 개운함보다는, 뭔가 덜 풀린 숙제를 안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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