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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 페인트 지우려다 온 집안을 다 엎어버렸다

이사를 오고 나서 가장 거슬렸던 건 묘하게 남아있던 옅은 페인트 자국들이었다. 전 세입자가 벽지 위로 붓질을 몇 번 잘못했는지 거실 구석이랑 베란다 문틈 사이에 희끗희끗한 흔적이 꼭 눈에 밟혔다. 처음엔 물티슈로 닦으면 지워지겠지 싶어서 가볍게 시작했다가, 그게 그렇게 고난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결국 근처 철물점에 가서 페인트 제거제를 하나 샀는데, 만 원도 안 하는 7천 원짜리 통 하나에 내 주말이 다 날아갈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스크레퍼로 긁다가 벽지를 다 뜯어먹은 날

벽에 묻은 페인트를 제대로 긁어내려면 스크레퍼가 필수라고 해서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하나를 집어왔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벽지가 생각보다 약하다는 걸 계산하지 못한 거다. 페인트는 좀 긁혀 나가는가 싶더니, 힘 조절에 실패해서 벽지까지 같이 훌렁 벗겨져 버렸다. 순간 얼음이 되었다. 다시 붙일 수도 없고, 이걸 가리자고 벽지 전체를 새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멍하니 그 자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청소 도구 하나 잘못 썼다가 집을 더 망가뜨리는 꼴이라니, 한숨만 나왔다.

욕실 바닥 청소는 PB-1 없이는 불가능한 것인가

벽지 소동을 끝내고 나니 욕실 바닥에 낀 물때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좀 환경을 생각해서 친환경 세제를 써볼까 했는데, 며칠 전에 사둔 PB-1이 눈에 보였다. 이게 독하다는 소리는 익히 들었는데, 솔직히 효과는 제일 빠르니까 자꾸 손이 간다. 대략 2천 원에서 3천 원이면 사는 건데, 이거 뿌려놓고 10분만 있으면 때가 흐물흐물해진다. 장갑을 끼고 바이칸 테이블솔로 틈새를 빡빡 밀어댔다. 그런데 청소하다 보니 이게 너무 독해서 머리가 좀 아프더라. 결국 화장실 문 다 열어놓고 선풍기까지 틀어두고 한참을 씻어냈다. 깨끗해지긴 했는데, 청소하는 동안 내 기관지랑 바꾼 느낌이라 마냥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뿌레 장비까지 빌려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

방역이나 소독업체 블로그를 보면 뿌레 같은 기계를 써서 미세한 먼지까지 다 날려버리던데, 그걸 보고 나니 내 밀대 물걸레질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대걸레 밀대로 바닥을 몇 번을 훔쳐도 결국 구석진 곳엔 먼지가 남으니까. 장비를 빌릴까 하다가도, 겨우 이 정도 먼지 때문에 기계를 빌리는 게 맞나 싶어 그냥 뒀다. 사실 귀찮음이 90%다. 대용량 손세정제 하나 사서 욕실에 두고 쓰는 것만으로도 나름 살림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는데, 전문적인 도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게 사람 마음인가 보다.

청소도구함만 점점 커져가는 아이러니

어느새 청소도구함에는 이름 모를 도구들이 쌓여간다. 과일 그물망은 버리기 아까워서 뭉쳐뒀다가 싱크대 거름망 닦을 때나 쓰고, 다 쓴 칫솔은 모아두는 게 이제 버릇이 됐다. 근데 막상 정작 필요한 상황에는 손에 익은 밀대 하나만 쓰게 되는 건 왜일까. 며칠 전에는 굳이 틈새용 솔을 사놓고는 찾지를 못해서 그냥 손가락에 걸레를 감고 쑤셔 넣었다. 도구가 많아진다고 청소가 완벽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도구가 많아질수록 정리를 해야 할 물건만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다.

정답이 없는 청소와 아직 남아있는 찝찝함

청소를 다 끝내고 나니 대략 4시간 정도 지났더라.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벌써 지친다. 그래도 깨끗해진 바닥을 보면 좀 나은데, 아까 벽지 뜯어먹은 자리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이걸 그냥 포스터 같은 걸로 가려야 할지, 아니면 아예 벽지를 새로 붙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놔두면 점점 더 눈에 거슬릴 것 같은데, 또 일을 벌이자니 엄두가 안 난다. 완벽하게 해내려고 시작한 일인데 끝은 항상 조금씩 엉성하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보면 좀 나아 보이려나, 아니면 그냥 내 눈에만 더 크게 보일지 모르겠다. 일단은 오늘은 이대로 자야지.

“벽지 페인트 지우려다 온 집안을 다 엎어버렸다”에 대한 4개의 생각

  1. 벽지 뜯는 문제 때문에 오히려 더 엉망이 됐다는 점이 맞아요. 저는 이런 경험을 통해, 작은 문제에 너무 몰두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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