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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청소를 직접 하겠다고 덤볐다가 주말을 다 날렸다

반 셀프 청소의 시작과 오만함

처음 이사를 결정했을 때 나는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입주청소를 부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마포구에 있는 원룸으로 들어가는데, 전 세입자가 나름 깨끗하게 쓰고 나갔다는 말을 부동산 사장님께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말이 화근이었다. 내 눈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막상 짐을 다 빼고 나니 구석구석 쌓인 먼지와 창틀의 찌든 때가 눈에 들어왔다. 대전이나 김천 같은 곳에서 원룸 입주청소 비용을 검색해보니 보통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부르는 것 같던데, 그 돈이면 차라리 좋은 청소기를 하나 사서 내가 평생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섰다. 삼성 비스포크 AI 스팀 같은 건 너무 비싸고, 일단 다이소에서 산 고무장갑과 락스, 그리고 집에 굴러다니던 밀대 걸레를 들고 현장에 들어섰다. 덥기는 왜 그렇게 더운지, 오전 10시에 도착해서 문을 열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예상치 못한 곰팡이와 창틀의 배신

싱크대 하부장을 열어본 순간 그냥 업체에 맡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에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 있었는데, 이게 락스를 뿌리고 닦아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것처럼 임대인에게 따져 묻고 싶었지만, 이미 계약은 끝났고 보증금은 다 치른 상태라 내가 직접 해결해야만 했다. 창틀도 문제였다. 수년간 쌓인 먼지가 비를 맞으며 고착화되어 있어서 물티슈로는 어림도 없었다. 결국 칫솔을 들고 한 시간 넘게 창틀을 문지르는데,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사람들은 입주청소가 단순히 쓸고 닦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해보면 장비의 차이가 정말 크다. 내가 쓴 밀대는 자꾸 꺾이고 락스 냄새는 코를 찌르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은 현타가 자꾸 밀려왔다. 옆집에서는 업체 사람들이 와서 후다닥 청소를 끝내고 나가던데, 그분들은 고압 세척기라도 쓴 건지 금방 창틀이 반짝거리더라.

정리되지 않은 짐과 애매한 마무리

오후 6시가 넘어가자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었다. 화장실 타일 사이사이에 낀 물때는 결국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했다. 적당히 눈에 보이는 곳만 닦고 나니 마음이 찝찝하긴 하지만, 더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완벽하게 끝내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냥 먼지만 좀 걷어낸 수준이다. 예전에 어떤 글에서 봤던 것처럼 나중에 퇴거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청소 전후 사진을 꼼꼼히 찍어뒀어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 지쳐서 카메라를 켤 힘조차 없다. 그냥 ‘이 정도면 살 수 있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대충 마무리했다. 짐이 들어오면 어차피 또 먼지가 생길 텐데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남아있는 찝찝함과 다음번의 고민

이사를 마친 지금도 방 구석에 먼지가 한두 군데 보이는 것 같다. 아마 주말 내내 다시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때 20만 원을 썼으면 주말을 온전히 쉴 수 있었을 텐데, 내 노동력을 너무 저렴하게 책정한 게 아닐까 싶다.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입주청소 해봤다는 말을 할 때는 그냥 열심히 사는구나 싶었는데, 막상 몸으로 겪어보니 이건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또 이사를 가게 된다면, 그때는 고민하지 말고 무조건 업체를 불러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또 닥치면 ‘그 돈이면 맛있는 거 사 먹지’라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일단은 여기서 살아야 하니까, 남은 락스나 창고에 잘 넣어두었다. 곰팡이는 나중에 다이소에서 곰팡이 제거제를 사서 다시 시도해볼 생각이다. 오늘 밤은 그냥 빨리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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