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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후드 기름때 좀 닦아보려다 포기하고 업체 부른 날

어차피 해도 해도 끝이 없던 기름때

가게 문 연 지 이제 3년 차인가, 4년 차인가. 사실 처음에는 나도 의욕이 넘쳐서 매주 일요일마다 주방을 샅샅이 뒤집어엎었다. 특히 튀김기 주변이랑 후드 쪽에 눌어붙은 기름때는, 뭐랄까 매번 닦아도 며칠 지나면 다시 원상복구 되는 것 같아서 나중에는 그냥 포기하게 되더라. 퇴근할 때쯤이면 이미 다리도 풀리고 눈은 침침한데, 거기서 락스 냄새 섞인 세제까지 뿌리고 있으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많았다.

튀김기랑 후드, 직접 하는 건 한계가 있더라

한번은 마음먹고 제대로 닦아보겠다고 전용 세제를 큰 통으로 사 왔다. 튀김기 구석구석에 찌든 때를 불려놓고 철 수세미로 벅벅 긁어냈는데, 이게 웬걸, 긁어내면 긁어낼수록 안쪽에 감춰져 있던 끈적한 기름층이 더 나오는 기분이었다. 후드는 손이 잘 안 닿는 닥트 연결 부위까지가 진짜 문제인데, 사다리 밟고 올라가서 낑낑거리는 꼴이 영 볼품없었다. 지나가던 손님이 살짝 문 열고 들어오려다 말고 흠칫하는 게 느껴져서 그날은 정말 현타가 크게 왔던 것 같다. 비용을 따져봐도 세제값에 인건비 생각하면 전문 업체 부르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겠다 싶었다.

업체 불렀더니 확실히 기계가 다르긴 하더라

결국 고민하다가 동네에서 후기 좀 있는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좀 망설여졌다. 40만 원 정도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느껴졌거든. 그런데 막상 와서 하는 걸 보니 웬 고압 세척기랑 무슨 거품 뿌리는 기계 같은 걸 가져와서 하는데, 내가 한 시간 동안 끙끙대던 부분을 딱 10분 만에 지워버리더라. 특히 닥트 내부를 내시경 카메라 같은 걸로 보여주는데, 그 안을 보니까 진짜 그동안 내가 무슨 짓을 하며 장사를 한 건가 싶어 등골이 서늘했다. 확실히 전문가들은 묵은 기름때를 녹이는 약품부터가 달랐다.

위생등급제 신청하려고 했는데 서류가 복잡하다

사실 업체 부른 김에 이번에 위생등급제나 한번 받아볼까 싶어서 보건소 쪽을 기웃거렸다. 요즘은 시에서 청소 비용 일부를 지원해 주기도 한다길래 서류를 챙겨보려 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챙길 게 많다. 사업자등록증은 물론이고, 청소 전후 사진을 제대로 찍어놔야 한다는데, 당일 날 정신없어서 바닥 사진은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팩스로 보낼지 전자우편으로 보낼지 고민하다가 일단 책상 구석에 서류 뭉치만 쌓아뒀다. 당장 내일 장사할 재료 준비하는 것도 벅찬데 이걸 언제 다 정리해서 보내나 싶다.

청소하고 나니 마음은 편한데

어쨌든 주방이 반짝거리긴 한다. 튀김기 기름 냄새도 확실히 덜 나는 것 같고, 주방 바닥이 미끌거리지 않으니까 일하는 내 기분도 좀 상쾌하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또 한 달 뒤면 똑같이 기름 냄새 밸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조금 아득해진다. 돈 들여서 깨끗하게 만든 걸 유지하려면 결국 내가 또 매일 조금씩 닦아야 하는 건데,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되니 문제지. 그냥 당장은 오늘 저녁 장사나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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