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을 정리하며 마주한 현실
한동안 강릉에 계신 아버지 댁을 오가느라 진이 다 빠졌다. 처음에는 형제들끼리 주말마다 내려가서 조금씩 치우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짐을 대면해보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30년 넘게 사신 집이라 그런지,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었다. 특히 침대 매트리스 수거 문제부터 막혔다. 요즘은 폐가구 신고를 해도 집 안까지 들어와서 가져가는 게 아니라, 지정된 장소까지 내놓아야 한다는데 도저히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근처 지역 커뮤니티에서 소개받은 강릉 청소업체를 불렀다. 상담을 해보니 집 전체를 비우는 비용이 대략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를 오갔다. 처음엔 우리가 직접 하면 돈을 아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며칠 해보고 나니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금방 깨닫게 되었다.
업체와의 소통 과정에서 느낀 불편함
정리수납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그런 곳은 단순히 비우는 것보다 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필요한 건 정리가 아니라 비움이었기에 그 점을 명확히 전달해야 했다. 전화로 견적을 물어볼 때마다 현장 상황이 어떠냐고 묻는데, 솔직히 답답했다. 짐이 어느 정도인지, 특히 욕실 정리는 어느 수준까지인지 하나하나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다. 어떤 곳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고, 어떤 곳은 그냥 방문해서 봐야 알겠다고 하는데, 사실 방문 전까지는 확답을 안 주니 마음이 계속 불안했다. 결국 적당히 견적을 맞춰주는 곳을 골랐는데, 막상 당일에 추가 비용 이야기가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히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비용이 붙으니 마음이 썩 편치는 않았다.
낯설었던 생활의 흔적들과 마주하는 시간
업체분들이 오셔서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거실 한구석에 멍하니 서 있었다. 냉장고 안에 있던 오래된 음식물들, 뜯지도 않은 채 쌓여 있던 생필품들, 그리고 무엇보다 쾌쾌한 냄새가 문제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제대로 관리가 안 된 탓인지 시취 같은 것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는데, 전문가들이 소독을 하고 짐을 빼내도 그 냄새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짐을 다 옮기고 나니 그 넓던 거실이 이렇게 작았나 싶을 정도로 휑했다. 벽지에 남은 자국들이나 오래된 가구 밑에 쌓인 먼지를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사실 내가 살던 집이 아니라 아버지가 사시던 집이라 그런지, 물건 하나하나를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그냥 폐기물일 뿐이라지만, 30년의 삶이 고작 트럭 두 대 분량으로 정리된다는 게 참 묘했다.
정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의 허전함
작업은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쯤 끝났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긴 했지만, 다 치우고 나니 집이 너무 낯설었다. 계약서를 쓰고 비용을 지불하고 나니 비로소 모든 상황이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그런데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공허했다. 방마다 구석구석 남겨진 흔적을 지워버리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이었는지, 아니면 너무 서두른 건 아닌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강릉까지 내려온 김에 며칠 더 머물며 정리할까 싶었지만, 텅 빈 집을 보니 더는 머물 이유가 없었다. KTX를 타러 가는 길에 괜히 짐을 더 버렸나, 혹은 좀 더 챙길걸 그랬나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결국 비움이란 건 물건을 버리는 게 아니라, 그 공간에 깃든 기억을 하나씩 떼어내는 과정인가 보다.
앞으로 남은 고민들
집 정리를 다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한정승인 절차부터 시작해서 상속과 관련된 잡다한 서류들, 그리고 꼬여 있는 공과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을지 아니면 혼자서 천천히 처리할지 고민 중인데, 이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머리가 아프다. 정리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문제가 하나씩 튀어나오니 지친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그때는 조금 더 무덤덤하게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그저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음 주에는 남은 공과금이나 깔끔하게 정산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이만큼 비워냈으니 이제 조금은 나아지겠지 싶으면서도,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거운지 모르겠다.

30년 넘는 집에서 매트리스 문제 때문에 업체에 연락하는 상황이 너무 공감돼요. 물건을 정리하는 것보다 추억을 정리하는 과정이 훨씬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텅 빈 공간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30년의 추억이 깃든 흔적들을 지워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알 것 같아요.
30년 넘게 쓰신 집의 흔적들이 정말 많았네요. 매트리스 수거 때문에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안 돼요.
정말 공감되네요. 제가 살던 집을 정리할 때도 비슷한 냄새 때문에 계속 마음이 불편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