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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기 돌리러 나갔다가 건물 위생관리까지 생각하게 된 날

어쩌다 보니 시설관리 범위를 넘어선 일들

아파트 단지 내 시설관리 업무로 입사해서 벌써 반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기계실 설비 점검하고 형광등 갈아주는 게 주 업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여름이 시작되니까 예초기를 들고 단지 주변 잡초를 뽑는 게 일상이 됐다. 건물 위생관리업 등록이 되어 있긴 하지만, 우리 경비 반장님은 예초기 작업도 시설관리의 연장선이라며 당연하게 도구를 건네신다. 20만 원 남짓한 업소용 예초기를 들고 뙤약볕 아래 서 있으면, 내가 시설관리를 하러 온 건지 조경사로 취직한 건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안 하면 나만 손해지 싶어서 묵묵히 돌리고는 있다.

낡은 강당밀대와 밀고 당기는 시간

지하 주차장이나 넓은 복도를 밀 때 쓰는 강당밀대가 있는데, 이게 벌써 3년은 넘은 것 같다. 손잡이 부분의 고정 나사가 계속 헛돌아서 힘을 조금만 세게 주면 밀대 머리가 휙 돌아가 버린다. 새로 사달라고 관리소에 말해봤지만, 매번 ‘조금만 더 버텨보자’라는 답변뿐이다. 결국 검정 테이프를 칭칭 감아서 고정해 쓰고 있는데, 이게 미관상 좋지도 않고 밀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서 사람 눈치를 보게 된다. 전문가용 롱스퀴지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그냥 있는 도구로 버티는 게 이 바닥의 생리인가 싶기도 하다.

화장실 바닥 물기와의 전쟁

단지 내 공용 화장실은 관리가 정말 답이 없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바닥 물기 때문에 미끄러질까 봐 신경이 곤두선다. 며칠 전에는 락스랑 세제를 섞어서 쓰다가 호흡기가 따가워서 혼났다. 그냥 바닥에 물기가 남지 않게 계속 닦아내는 게 답인데, 화장실 바닥 타일이 미끄럼 방지용이라 거친 편이라 물기를 완벽히 제거하기가 어렵다. 실리콘 청소솔로 박박 닦아도 줄눈 사이에 낀 때가 잘 안 지워져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에서 쓰는 소형 스퀴지랑은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업소용의 고충이랄까.

바퀴 달린 쓰레기통의 삐걱거림

복도에 두는 쓰레기통이 꽤 큰 건데, 이게 바퀴가 달려 있다. 그런데 바퀴가 달린 쓰레기통이 다 그렇듯 한쪽 바퀴가 가끔씩 걸려서 질질 끌고 다닐 때가 많다. 특히 바닥에 작은 돌멩이라도 하나 걸리면 쓰레기통 전체가 덜컥거리면서 안에서 굴러다니는 빈 페트병 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나를 쳐다보는데, 괜히 내가 쓰레기를 쏟는 것 같아서 민망한 기분이 든다. 차라리 고정형이면 낫겠다 싶다가도, 쓰레기 수거할 때는 바퀴가 있는 게 편해서 불평하면서도 다시 끌게 된다.

로봇청소기는 꿈같은 이야기일까

가끔 뉴스에 나오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청소하는 영상을 보는데, 우리 아파트 복도 구조를 보면 저런 로봇은 절대 못 들어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턱도 많고 소방 호스함 같은 장애물이 워낙 많아서, 지금 상태라면 그냥 사람이 수동으로 닦는 게 빠르다. 누군가는 로봇이 미래라고 하지만, 당장 눈앞에 굴러다니는 담배꽁초 하나 줍는 게 더 시급한 현실이다. 20년 뒤에나 상용화된다는 말을 듣고 나니, 그냥 내일도 예초기를 챙겨서 단지 뒤편 풀밭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반복되는 일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사실 조금 막막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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