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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박스 하나를 못 풀었다

짐을 옮기는 것보다 버리는 게 진짜 일이었다

지난주에 이사를 마쳤다. 이번에는 짐을 최대한 줄여서 가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짐을 싸다 보니 버릴 게 태산이었다. 서울역 근처에서 1년 동안 살던 곳을 정리하고 새로 들어간 곳은 조금 더 좁은 원룸이다. 짐을 다 옮기고 나니 이삿짐 센터에서 불러준 25만 원이라는 비용이 왠지 비싸게 느껴졌다. 짐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쌓아놓으니 트럭 한 대가 꽉 찼다. 이사 도우미분들은 익숙하게 짐을 나르셨지만, 정작 내가 처리해야 했던 것은 그동안 쌓아둔 잡동사니들이었다.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는 날짜를 맞추는 게 이렇게 스트레스일 줄은 몰랐다. 종이 박스를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내놓는데, 도우미분이 웃으면서 이렇게 하면 수거 안 해간다고 핀잔을 줬다.

낡은 욕실 수납장과 씨름하던 오후

새로 들어온 방은 욕실 수납장이 문제였다. 이전 세입자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짐작이 갈 정도로 선반 구석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처음에는 가성비 좋은 로봇청소기를 사서 다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로봇청소기는 평평한 바닥만 좋아하지 욕실 구석이나 수납장 안쪽의 찌든 때를 닦아주지는 않는다. 결국 마트에서 락스와 수세미를 사다가 두 시간 동안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욕실에 쪼그려 앉아 있으니 문득 예전에 읽었던 특수청소 기사들이 생각났다. 혼자 사는 사람의 방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런 무거운 주제를 떠올리려던 건 아닌데 하필 좁은 공간에서 냄새와 사투를 벌이다 보니 잡생각만 늘었다.

7평 공간이 주는 알 수 없는 압박감

지금 지내는 곳은 딱 7평이다. 이 정도면 예전에 알아봤던 쓰레기집 청소 업체 견적 기준이랑 비슷하다. 그쪽은 폐기물 양에 따라 60만 원에서 120만 원까지 부른다던데, 나는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았다. 바닥을 닦고 또 닦아도 창틀에서 굴러나오는 먼지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식당 파출 일을 하는 지인이 가끔 청소 도우미를 부르는 게 제일 속 편하다고 했는데, 사실 내 성격에 남이 내 물건 손대는 게 썩 반갑지 않다. 그런데 또 몸은 힘들고. 며칠 동안 정리를 제대로 못 해서 지금도 박스 세 개가 침대 옆에 쌓여 있다. 이게 다 옷가지들인데, 어디에 뭘 넣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가전제품과 타협하기

좁은 공간이라 음식물 처리기 같은 건 아예 생각도 안 했다. 코웨이 같은 브랜드에서 나오는 소형 제품들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월 렌탈료를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그냥 그때그때 바로 비우는 게 최고라고 스스로 다독이는데,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어제는 배달 음식을 먹고 처리기를 사는 대신 그냥 냉동실에 얼려버렸다. 이게 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냄새를 막는 게 급선무니까. 이사가 끝나면 모든 게 정리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고민만 늘었다. 오늘 저녁에는 남은 박스나 다 풀어야 할 텐데, 벌써부터 귀찮아서 침대에 눕게 된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정리

내일은 재활용품 수거 날이다. 아까 복도에 내놓은 짐들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이게 왜 이렇게 안 끝나는지 모르겠다. 10만 원도 안 되는 자활근로비를 받으며 버티던 때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주거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마음까지 말끔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이사 온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집 같은 느낌이 안 든다. 어쩌면 나는 집을 꾸미는 것보다 그냥 조용히 숨어지내는 법만 익힌 것 같기도 하고. 밤마다 계단에서 들리는 소음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다시는 이사를 안 가고 싶지만, 또 계약 기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짐을 싸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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