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분명 잔금을 다 치르고 이삿짐센터 트럭이 떠나는 것까지 보고 나서 이제야 한시름 놨다 싶었다. 송파구 쪽에서 용인으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는데, 거리가 한 40km 정도 되니까 이동 시간만 해도 꽤 걸렸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도착해서가 아니었다. 보통 이사 가면 입주청소를 미리 해두지 않나. 이번엔 전 세입자가 나가는 날 내가 들어가는 ‘맞물린 이사’ 상황이라 청소할 틈이 전혀 없었다. 결국 직접 하겠다고 덤볐는데, 이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업체 부를 걸 그랬나 하는 후회
다산이나 수지 쪽 입주청소 알아보던 지인들이 그냥 돈 쓰고 사람 부르라고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실제로 문정동 근처만 해도 입주청소 업체가 진짜 많은데, 왜 그 비용 아껴보겠다고 내가 직접 하겠다고 나섰는지 모르겠다. 사실 비용도 보증금에 이것저것 나갈 돈 생각하면 몇십만 원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지긴 했다. 그런데 막상 창틀을 닦으려고 앉았는데, 묵은 먼지가 찌든 때처럼 눌어붙어 있는 걸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그냥 세제 뿌리고 슥 닦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라지지 않는 흔적들과의 사투
가장 짜증 났던 건 주방 후드랑 화장실 타일 사이였다. 특히 주방은 기름때가 왜 이렇게 안 지워지는지, 집에 있던 베이킹소다랑 식초를 다 썼는데도 끈적임이 그대로였다. 중간에 나가서 다이소에 들러 강력 세정제를 몇 개나 사 왔는지 모르겠다. 청소 도구 사는 비용만 해도 이미 꽤 나갔으니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아낀 것도 아닌 셈이다. 위례 심포니아 같은 곳은 호텔식 서비스로 이런 걸 다 해준다던데, 그런 고급 주거 환경이 왜 인기인지 문득 이해가 됐다. 24시간 컨시어지가 있고 청소랑 세탁을 앱으로 신청하는 삶이라니, 몸 쓰는 거 정말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꿈같은 이야기다.
도저히 다 못 끝내고 포기하는 마음
결국 창틀이랑 베란다 쪽은 대충 훑기만 하고 거실 바닥이랑 주방만 겨우 사람 살 만한 정도로 만들어놨다. 완벽하게 하려고 들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나중에 짐 정리하다 보면 어차피 또 먼지가 나올 텐데 싶어서다. 동탄이나 구로 쪽으로 이사 간 친구들도 입주청소 업체 예약 못 잡아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그나마 당일치기로 어찌어찌 끝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싶다.
아직도 남은 찝찝함
밤이 늦어서 조명 아래 다시 보니 여전히 구석진 곳에 먼지가 보인다. 나중에 시간 날 때 조금씩 더 닦아야지 생각하지만, 솔직히 귀찮아서 안 할 것 같다. 이사라는 게 짐만 옮기면 끝인 줄 알았는데, 정리하고 청소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에너지를 다 쏟을 줄은 몰랐다. 다음번엔 무조건 입주청소 예약부터 걸어두겠다고 다짐한다. 물론 돈이 문제겠지만, 내 몸이랑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주방 후드랑 타일 사이에서 기름때 때문에 정말 답답했을 것 같아요. 강력 세정제 여러 개 사다니, 저도 그랬으면 하네요.
동탄이나 구로 친구들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짐 풀고 나서 청소는 정말 예상보다 훨씬 오래가지 않을 것 같아요.